[거꾸로 본 치아] 법의학 적용

치아는 얼굴처럼 사람마다 다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동주 (李東周) 법의관은 "이빨 모양이 같은 사람이 태어날 확률은 약7경분의 1로 수십만 년에 한 명 꼴" 이라고 말했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태어날 확률은 1백억분의 1.따라서 지문보다도 더 희귀한 것이 '같은 이빨' 인 셈이다.
게다가 치아는 미라에서도 발견되듯 열이나 부패한 시체에서도 보존이 가능해 손상이 심한 사체에서도 신원확인이 가능하다.
괌 KAL기 참사나 삼풍 백화점사태처럼 대규모 참사 때도 희생자 신원확인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던 것도 바로 치아. 단 생전에 치아에 대한 사진이나 기록이 필요한데 한번이라도 치과검진을 받은 사람은 기록이 남아 확인이 가능해진다.
살인범 검거에 도움을 주는 것 역시 피해자의 치아다.
범인 검거의 첫 단계가 피해자 신원확인. 李 법의관은 "생전의 웃는 모습이 나온 사진으로도 감별이 가능하다" 라고 설명했다.
고대의대 한길로 (韓吉路) 교수는 "치아는 연령감정도 가능한데 오차범위는 2년 미만" 이라고 말했다.
이빨 자국인 치흔도 범인 판단의 단서를 제공한다.
서울대의대 이윤성 (李允聖) 교수는 "범행현장에 있던 껌.담배꽁초.깨물어 먹은 과일자국 등을 통해서도 용의자 중 누가 범인인지 가릴 수 있으며 특히 강간범인 경우 가해자에게 남긴 치흔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도 한다" 고 들려준다.
치아는 유전자인 미토콘드리아DNA란 중요한 정보도 갖고 있다.
미토콘드리아DNA는 어머니로부터만 유전되는 특징이 있어 어머니가 같은 형제 사이에는 똑같다.
정신대 희생자였던 훈할머니의 신원도 한국에 있던 여동생과 미토콘드리아DNA가 같다는 사실로 밝혀졌던 것.


황세희 기자.의사
중앙일보 1999-04-20